KOTRA 중기부 이전 '공방'...국회 설문조사 나선다

대기업 중심서 중기벤처 지원으로
통상 환경에 발맞춰 역할 변화 요구
산자중기위 소속 의원 이전 강조
박영선 장관도 긍정적 견해 밝혀

국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KOTRA(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역할 재정립과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으로의 업무 이전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선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KOTRA가 수출역량 충분한 대기업 대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벤처기업 대상으로 지원 업무를 전환하고, 소관 부처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를 통해 코트라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객관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에서도 같은 뜻을 가진 의원들이 있어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정훈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토론을 거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게 정부의 핵심 역할인 만큼, 과거 정부주도 산업화 시대에 대기업들의 수출을 도와주기 위해 탄생한 KOTRA도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실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KOTRA 중기부 이전 '공방'...국회 설문조사 나선다

같은 산자중기위 소속 최승재 의원도 최근 KOTRA의 중기부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여권에서도 지난 국회에서 임기만료 폐기된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법 일부 개정법률안' 재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에 KOTRA 감독권과 사업 참여권을 부여, 산업부와 공동 운영하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KOTRA 소관 부처 이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이슈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는 정권 초기 중기벤처부에 KOTRA를 이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반발로 무산됐다. 최근들어 다시 이관설이 수면 위로 부상한 데는 21대 산자중기위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박영선 장관도 취임이후 처음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다.

지난달 말 중기부 업무보고에서 박 장관은 관련 질문에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있어 브랜드·마케팅 역량이 달려 어려움이 큰데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길 요청하고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자칫 '부처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어 공식적인 입장을 꺼려했던 박 장관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회는 물론 중기계도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중기업계는 최근 크게 달라진 중소기업 통상 환경을 주된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중소기업들이 반년 이상 수출길이 막히면서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코트라에 각종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중기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기업 지원 사업과 코트라의 업무가 상당부분 중복된다는 지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로나19로 중소벤처기업의 비대면·온라인 수출 지원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지원할 컨트롤타워 일원화도 시급해졌다.

한 중기부 산하 기관장은 “이미 해외 지부를 두고 있는 대기업들을 정부가 나서 지원할 필요는 없다”며 “해외 네트워크가 없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코트라가 움직이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 설계에 집중해서 수출지원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통상'을 전문으로 하는 부처에서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부는 수십년간 코트라와 호흡을 맞춰 우리나라를 세계 7위 수출 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역할을 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핵심 업무를 내줄리 만무하고, KOTRA만 중기부로 이관한다고 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산업부 무역투자실 전체를 가져오지 않고선 KOTRA 중기부 이관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